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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리뷰 (서울 배경, 계급 이야기, 해외 평가)

by oneor1 2025. 9. 7.

영화 기생충 관련 사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서울이라는 도시 배경을 바탕으로,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의 삶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계급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이 영화는, 해외 평가까지 인정받으며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공간으로 읽는 계급, 서울 배경 속 ‘기생충’

‘기생충’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 자체로 하나의 주인공처럼 활용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 서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계급을 가르는 공간적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카메라는 지리적 고저차, 빛과 어둠, 수직 이동의 구조를 통해 도시 내 불평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은 물리적으로 ‘아래’에 위치하며, 좁고 눅눅한 공간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하반신과 담배연기, 오줌 냄새는 ‘하층민’의 일상 자체를 상징합니다. 반면, 박 사장의 집은 서울 시내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으로, 햇볕이 잘 들고 정원이 있으며 ‘공간에 여유가 있는 삶’을 보여주는 전형적 상류층 주거지입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폭우 장면은, 상류층에게는 단지 ‘야외 캠핑이 취소되는 불편한 날씨’이지만, 하류층에게는 집을 침수시키고 일상을 파괴하는 재난으로 묘사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물리적 공간의 차이를 통해 계급 간의 인식 차이와 감정의 괴리를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합니다. 지하실 공간은 또 다른 계층인 ‘지하계급’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사용되며, 이미 사회 시스템에서 배제된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공간적 배치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실을 바탕으로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었으며, 관객은 익숙한 도시 공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착취인가 공생인가? 계급 이야기의 본질

‘기생충’이라는 제목은 곧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냅니다. 표면적으로는 기택 가족이 부유한 박 사장 집에 하나씩 취업하면서 점점 기생해간다는 의미지만, 실제로 영화는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기택 가족은 생활고 속에서도 유쾌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려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그들이 박 사장 가족에게 접근하는 과정은 거짓말, 조작, 제거라는 수단을 포함합니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계층 이동’의 욕망을 드러내며, 실제로는 구조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벽 앞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박 사장 가족은 착해 보이지만, 무의식적인 계급적 언어와 태도를 자주 드러냅니다. 기택의 냄새를 문제 삼는 장면은 물리적 거리보다 계급적 거리감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며, 그 냄새는 ‘노동하는 사람의 흔적’으로 해석되면서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상징적이면서도 비극적입니다. 결국 기택은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들고, 기우는 다시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목표가 현실 가능성이 없는 ‘몽상’처럼 제시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기생충’은 착취와 공생, 도전과 절망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는 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칸부터 아카데미까지, 세계화 된 한국 영화의 해외 평가

‘기생충’은 국내에서의 흥행을 넘어, 세계 영화계에서도 역사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그 중심에는 작품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인정받은 희소한 사례라는 점이 있습니다.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 영화가 한국 영화사 최초로 세계 영화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영화 팬들과 비평가 모두에게 충격이자 찬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전까지 아카데미는 비영어권 영화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지만, ‘기생충’은 장벽을 뛰어넘어 영화의 본질만으로 심사위원들과 관객을 설득한 것입니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기생충’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했고, BBC, 가디언, 로튼토마토, 메타크리틱에서도 90점 이상의 평점을 기록하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에서도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계급’이라는 문제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주제이며, 한국이라는 로컬의 이야기가 글로벌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나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공간, 계급이라는 구조,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정교하게 엮어낸 사회 비판극이자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남을 이 영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영화의 자부심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