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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 리뷰 (광주 배경, 사회 문제, 감상평)

by oneor1 2025. 9. 7.

영화 다음 소희 관련 사진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는 광주라는 도시 배경 속에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사회 문제를 섬세하고 날카롭게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청소년 노동과 공교육 시스템의 붕괴, 행정의 무책임함을 조명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감상평과 사회적 질문을 남기게 만드는 강력한 사회 드라마입니다.

광주 배경으로 본 공간의 메시지: 도시는 말하고 있었다

‘다음 소희’의 가장 첫 장면은 소희가 지하철을 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도시가 바로 광주라는 사실은 지역의 이름만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광주는 1980년 민주화운동의 상징 도시로, 투쟁과 생존, 연대와 상처의 역사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공간’의 선택이 아니라, 이야기의 정서적 깊이와 사회적 맥락을 함께 담는 상징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음 소희’에서의 광주는 한적하고 평범한 도시입니다. 화려한 서울도, 냉랭한 공단 도시도 아닌, 누구나 살아갈 법한 일상적인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특성화고등학교, 조용한 가정집, 그리고 콜센터. 겉보기엔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이지만, 이곳은 점점 주인공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며, 끝내 절망으로 몰아넣는 구조의 일부입니다. 콜센터는 고요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벨이 울리고, 욕설이 섞인 고객의 음성이 쏟아지고, 팀장은 실적을 강요하며, 감정 표현을 통제합니다. 영화는 이 공간을 ‘일하는 곳’이 아닌, 감정이 마모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곳으로 그려내며, 광주라는 도시 이미지와 상반되는 내적 폭력을 시각화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 도시는 주인공 소희를 지켜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교사는 “원래 그렇게 참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학교는 “계약된 거니까 책임은 없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의 무책임이 이 평범한 도시를 차갑고 잔인한 배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광주는 ‘과거의 항쟁 도시’에서 ‘현재의 외면 도시’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배경으로 기능하며, 관객에게 익숙한 장소를 다시금 낯설게 인식하게 만듭니다.

청소년 노동과 구조적 무책임: 우리가 외면한 사회 문제

‘다음 소희’는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실성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2017년 실제 있었던 ‘전북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조명합니다. 소희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일반적인 수업 대신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기업으로 파견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관객에게 낯익으면서도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학생이 노동자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현장실습은 교육인가, 착취인가?" 콜센터는 고용계약 상으로는 ‘실습’이지만, 실제로는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며,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 고객 응대 스트레스가 쉼 없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소희는 차분하게 일하려 하지만,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와 욕설,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 앞에서 자존감과 정신 건강이 점점 무너져 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합법적 시스템’의 이름 아래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학교는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고, 기업은 실적을 위해 감정을 요구하며, 행정기관은 실습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합니다. 소희의 죽음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예견된 결과였던 셈입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성급히 비판하지 않고, 차분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들여다봅니다. 이야기를 쫓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시선을 따라 관객은 소희의 하루하루를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였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은 누구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담임교사, 팀장, 관리자, 모두 “미안하다”, “그럴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아무 의미도 없으며, 그들의 방관이 곧 책임이었음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합니다.

감상평: 상처만이 아니라 책임을 남기는 영화

‘다음 소희’를 본 관객 대부분은 감상평에서 "슬픔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난다", "영화가 끝나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감정을 소비하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게 하고, 개인의 삶과 책임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감독 정주리는 ‘도발’이 아닌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많은 사회 고발 영화들이 분노를 터뜨리게 만들지만, ‘다음 소희’는 오히려 침묵하게 만듭니다.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김시은 배우는 실제 고등학생과 같은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희망과 불안, 웃음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소희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아무런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장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철저히 무너뜨립니다. 배두나는 그와 반대되는 감정을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차가운 경찰 같지만, 내면엔 연민과 죄책감이 있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 조용한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감상평에는 이런 문장들이 자주 보입니다. - “우리 사회는 소희에게 어떤 구조였을까?” - “지금도 또 다른 소희가 있을 텐데...” - “이 영화는 사회적 의무처럼 꼭 봐야 한다.” 이러한 반응은 ‘다음 소희’가 단지 잘 만든 영화라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묻는 질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음 소희’는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책임을 묻고, 행동을 요구하는 영화입니다. 광주의 조용한 골목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사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며, ‘다음’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기억하고, 말하고, 바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것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