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0년대 대기업 사무실이라는 직장 배경 속에서 비정규직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여성 서사를 담은 영화입니다. 코믹하고 따뜻한 톤으로 시작하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정체된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으며, 평론가 평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한국형 직장 영화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1990년대 대기업의 생생한 배경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단순한 배경으로서 1995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가진 사회 구조와 기업 문화, 여성의 위치 등을 정밀하게 반영하기 위해 과거로 시점을 돌렸습니다. 복도식 사무실, 파란색 유니폼, 철제 캐비닛, 그리고 당연시되던 여성 차별적 발언과 태도. 이 모든 요소가 오늘날의 시선에서 볼 때는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던 ‘정상’이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인물들의 갈등이 벌어지는 장소일 뿐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사원’은 계단 아래 앉아 있고, ‘과장’은 책상 위에서 서류를 던집니다. 결재 서류가 올라갈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고, 점심시간에도 남자 직원과 여성 직원의 자리는 명확하게 분리됩니다. 영화는 이런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유쾌하게 꼬집으면서도, 그 불합리함이 일상이라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특히 ‘커피 타기’나 ‘복사하기’ 등 비생산적 업무를 당연하게 떠맡던 당시의 직장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 배경 설정은 단순한 시대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위계를 드러내는 거울로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동시에 아주 ‘현재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 서사
이 영화가 여느 오피스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별점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비정규직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연기한 세 명의 여성들은 단순히 회사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의 장벽 앞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흔들리며, 결국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인물들입니다. 이자영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정유나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말투로 회사의 위선을 드러내며, 심보람은 숫자에 강하지만 조직에서 ‘조용한 사람’으로만 인식됩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회사에서의 성공만을 바라고 토익반에 들어오지만, 곧 회사 내부의 환경오염 사건을 접하게 되며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영웅처럼 단번에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회피하고, 갈등하고, 포기하려고도 하지만 결국 연대를 통해 변화하고 서로를 지지하게 됩니다. 특히 영화는 이들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회의실 뒤편에서 속삭이는 작은 대화,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침묵, 퇴근길 택시 안에서 터지는 울컥함 등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감정들이 영화 속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그 결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정의 구현’이나 ‘복수’ 같은 극적인 구조보다는, 여성들이 일상 안에서 어떻게 서로를 지지하며 자신의 가치를 되찾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하고도 단단한 여성 서사로 완성됩니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여성 주연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세상을 바꾸는 구조를 갖춘 드문 작품입니다.
웃음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메시지를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한 이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그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탁월하게 녹여낸 작품으로 많은 평론가 평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여성 영화나 시대극을 넘어서, 보편적 가치와 정서를 담아낸 결과입니다. 평론가들이 주목한 것은 이 영화가 가진 ‘무게감의 조절’ 능력입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가볍게 시작되더라도 결국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고, 극적인 전환 없이도 서서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이 많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특정 세대나 성별을 겨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게 만드는 감정의 보편성을 갖췄습니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남성과 여성, 90년대와 2020년대라는 시대 구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인’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감성팔이’에 기대지 않고도 관객을 설득하고, 상업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덕분에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가볍게 시작해서 진지하게 끝나는 영화”, “여성 서사라는 이름 아래 인간 서사의 본질을 건드린 작품”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과거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제기하는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왜 우리는 아직도 비정규직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가, 왜 여성들은 스스로의 자리를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가, 왜 사회는 침묵을 선택한 사람들보다 용기 낸 사람을 외면하는가. 이 영화는 거창한 결말도, 강렬한 한방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세 여성이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서 묵묵히 걷는 뒷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진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진실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켰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리고 그런 존중은 언제나, 함께일 때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